'멀티 캐릭터'…트럼프, 어떤 '성깔'로 통치할까
'트럼프 시대'가 보름여 앞으로 도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 공식 취임한다. 그의 돌출적 스타일로 인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존체제에 분노해온 지지자들은 열광하고 있으나, 그의 '멀티 캐릭터' 스타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른다며 긴장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나는 예측불허인 사람(unpredictable)"임을 자랑처럼 얘기한다. 그동안 분출됐던 트럼프의 다양한 인간성을 통해 그의 통치스타일을 미리 살펴본다. ▶"못 참겠다!" 분노 트럼프는 '분노하는 미국'의 대변자가 될 것을 천명했다. 지난 2015년에 대선 출마 선언 뒤 펴낸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의 표지 선택 과정은 의미심장하다. 당시 트럼프는 출판사 측에 '분노한 얼굴을 커버로 사용하라'고 특별히 주문했다. 출판사 측은 망설인 끝에 언짢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쏘아보고 있는 트럼프 사진을 골랐다. 트럼프는 "미국은 일자리, 건강보험, 무역협정, 외교, 중동문제, 부정부패 만연 등 모든 분야에서 다 지고 있다.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보수논객 찰스 크랫하우머는 "주변 국가들은 피곤해지겠지만 미국만큼은 반드시 크게 발전시키겠다는 게 그의 의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항상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을 보인다. 미소는 지어도 그가 웃는 모습을 본 이가 드물다.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켈리는 그의 분노를 정통으로 맛본 피해자다. 2015년 8월 1차 공화당 경선 토론 직후 그는 켈리를 향해 '능력없는 언론인' '시청률 저조한 진행자' 등의 트위터 공격을 날렸다. 토론 때 악의적 꼬투리 질문을 한 켈리가 못마땅했다는 것이다. 켈리는 이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끈질긴 공격(?)으로 인해)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끝까지 간다!" 집요 대선 출마 때와 지난 12월 대선 승리 투어 당시 그의 메시지 중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특히, 그가 가장 중시하는 무역협정 현안은 1980년대부터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수준으로, 100%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망이다. 보수논객 래리 엘더는 "무역협정을 간판공약으로 내세운 대선후보는 트럼프가 역대 최초"라고 평했다. 보수 진행자 숀 해니티도 "입을 열 때마다 캐리어 에어컨과 포드의 멕시코 아웃소싱을 맹비난했다. 결국 캐리어와 포드 모두 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의 수출을 독려하고 내수시장을 키워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 승리 연설에서도 그는 "미국은 경제적으로 중국, 일본, 멕시코 등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도 쓰러졌다"며 "나는 이기는 사람이다(I'm a winner). 무역협정에서 지는 장사는 안한다"며 기존의 무역협정 내용을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현재의 대 무역적자 국가를 상대로 모조리 대 무역흑자로 돌릴 것도 약속했다. 신년 들어서도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한다(Buy American, Hire American)"는 경제정책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제조공장이 다 중국으로 넘어갔고, 미국의 부도 넘어갔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1조 달러가 넘는다"며 "우리에게 돌아온 건 높은 실업과 국가부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1988년에 미국의 무역협정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 결국 이 메시지를 대선 캠페인 때에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러스트벨트를 휩쓸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내가 젤 잘나가!" 허풍 돈 많은 걸 대놓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대선 출마 당시 트럼프는 "나는 정말 엄청난 부자(I'm really really rich!)"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4년 전 밋 롬니 대선후보는 부자였음에도 돈이 많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로 여겨야 한다면서 롬니를 향해 쓴소리까지 했다. CNN 등 주류언론에서는 '돈 많다고 자랑하는 대선후보는 처음 본다'는 식으로 조롱했다. 이에 트럼프는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자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이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정계에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캠페인 기간 내내 그는 선거 후원금을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했다. ▶"얄짤없다!" 단호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글라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이 부활할까봐 노심초사다. 트럼프는 칼 아이칸 등 월가의 유명 투자가들의 도움으로 월가를 개혁할 것을 약속했다. 보너스를 포함해 월가에서 평균 50만 달러의 연봉을 자랑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누차 주장해 왔다. 재계의 시선은 글라스-스티걸 법의 부활 여부에 쏠리고 있다. 글라스-스티걸 법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제정됐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1999년 월가와 막역한 사이였던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때 폐기됐다. 당시 폴라 존스 성희롱 혐의 소송 때 위증 행위가 드러나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당했던 클린턴이 정계 은퇴 뒤 금융계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폐기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후 월가는 힐러리 후보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 하지만 글라스-스티걸 법 폐지 이후 10여 년 동안 은행들은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부실을 키웠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는 빌미를 제공해 법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있어서도 입장이 단호하다. 100% 폐지를 약속했다. 3일 트위터를 통해 그는 "오바마케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야 한다"라며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애리조나의 경우 보험료가 116%나 오른다. 빌 클린턴도 '미쳤다'라고 한 보험"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월가 펀드 매니저들의 성공보수(carried interest)를 자본 소득(capital gain)으로 보지 않고 경상 소득(ordinary income)으로 봐야 한다며 일반인처럼 소득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고 보자!" 뒤끝 트럼프 당선인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로 '눈에는 눈(eye for an eye)'을 꼽은 바 있다. "당하면 10배로 되갚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최근 트럼프는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책을 쓴 전기 작가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마주치자 곧바로 내쫓기도 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자신을 사정없이 공격하고 대선 이후에도 재검표를 주장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 특검수사를 해서 보복할지 주목된다. ▶"세게 친다!" 협상 달인 저서 '협상의 예술(Art of the Deal'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시쳇말'로 일단 세게 부르고 협상에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처음에 100을 부르고, 나중에 70~80 정도를 챙긴다. 원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무슬림 신자 입국 금지"를 외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종이신문이 좋아!" 온오프 소통 디지털과 아날로그을 적절히 병행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합쳐 약 5000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트럼프. 그는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생각을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힘을 보여줬다. 공식활동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외 그는 컴퓨터를 만지지 않고 철저히 아날로그식을 고집한다. 컴퓨터,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손으로 편지를 써 배달원을 통해 보내는 낡은 방식을 선호한다. 온라인 뉴스 대신 신문, 잡지를 사무실에 무더기로 쌓아 두고 시간 날때마다 꺼내 꼼꼼하게 읽는 스타일이다. 대선 유세 때 캠프 간부들에게 "컴퓨터 데이터에 의존해 선거 전략을 짜지 말라"고도 했다. 온라인 정보는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신 방방곳곳 유세장을 많이 찾아 지지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올드 스타일을 선호했다. ▶별명 붙이기 '황제' 트럼프가 별명을 붙이는 순간, 경쟁후보들의 지지율은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경선 때 그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맥없는(low-energy) 젭"이라고 했고,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 등의 별명을 붙였다.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에게는 'Crooked Hillary(부패한 힐러리)' 'Dishonest Hillary(거짓말쟁이 힐러리)' '맥없는 힐러리(low-energy Hillary)' 등 무려 3개의 별명을 붙였다. 이를 놓고 주류언론 논객들이 이중 어떤 별명이 힐러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냐는 토론이 벌어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단순히 보면, 트럼프가 웃고 즐기자고 붙인 별명 같지만 이 안에는 트럼프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